독일인의 감정 표현

독일인의 감정 또는 감정 표현

안녕하세요. 씸쏘입니다.

오늘은 제가 독일에서 6년 살면서 느낀 독일인의 감정 표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독일인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성격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당연히 다릅니다. 저도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경험해봤답니다. 그 중 제가 느낀 소소한 흥미로운 점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견해로 재미로 읽어주세요. 🙂

 

  1. 대화 중 이유 없는 웃음은 오해를 살 수 있다. 

제가 독일에 온지 얼마 안됐을 때 느꼈던 감상은 대화 중 미소가 없다.. 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화 중 조금씩 웃거나 미소짓는 것이 일반적인 데 비해 독일에서의 대화는 정말 웃길 때 웃고 그렇지 않은 대화 중에는 얼굴에 웃음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독일인 친구들이 저를 싫어하는지 혼자 고민 아닌 고민도 했답니다. 하지만 전 또한 제가 독일인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반 친구들과 모임 중 어떤 친구가 얘기를 했는데 제가 그 때 웃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친근함의 표시로요. 그런데 그 친구가 진지하게 묻더군요.

“근데 내가 말한 게 웃겨? (진지)..”

“응??? 아..니.. 정말 웃겨서 웃은 건 아닌데.. 혹시 기분 나빴니?”

“아니, 내가 웃긴 말 하 게 아닌데 니가 웃길래 내가 무슨 말을 잘못 했나 싶었어.. (진지)”

저는 여기서 대화 중 웃는 것이 친근함의 표시가 아니라 상대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오히려 그 쪽 입장에서는 제가 무례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대화 중 웃거나 하는 습관을 줄이려고 노력하게 됐습니다. 쓸데없는 오해를 사고싶지 않았거든요. 그 경험을 통해 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대화 중 자주 웃거나 미소짓거나 하는 것은 한국의 문화였구나 하는 것을요. 그를 통해 공감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분위기를 친근하게 유지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걸요..

뭐 이렇게 한 발 독일을 배웠습니다. 웃..지..말..자..

2. 어려운 상황에서 도와주려한다. (심지어 나에게 별로 호감이 없어도?) – 좋은 사람들 .. 

이 부분은 아마 어느 나라 사람이든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누군가가 “나에 대한 호감”이 있음을 대화중의 미소, 웃음, small talk 등으로 파악했던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대화 중 이런 스킬이 어렵게 되고 또 독일 친구들로부터 이런 신호를 캐치하지 못하던 초반에 저는 이렇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나에 대해 호감이 없구나..” “내가 별로 싫구나..”

뭐 지금 생각해보면 싫은 것 까진 아니지만 그렇게 제게 엄청 관심이 있고 그랬던 것도 아니었던 것 같긴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겪던 어려운 문제를 얘기하게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외국인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집 관련, 이사 문제였습니다.

이 말을 듣던 반 아이들 중 몇 명은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자신들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이야기를 시작하였고 결국에 친구들의 도움으로 쉽게 문제를 해결하고 이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놀라웠던 점은 말로만 하던 것이 아니라 직접 본인들이 무언가를 실행해서 (차를 빌리고 언제 도와줄 지 약속을 정하고)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제가 느낀 저에 대한 호감의 정도에 비해 도움을 준 것이 굉장히 적극적이고 주도적이어서 굉장히 인상에 남았습니다.

그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독일 동료나 친구들에게 어려운 점을 얘기하면 바로 그 쪽에서 어떻게 어떻게 해서 도와줄까? 라는 말을 바로 듣곤 합니다.

제 생각에는 감정표현이 직접적인 만큼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바로 도와달라는 의미로 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일을 겪게 될 때 독일인들의 따뜻한 (겉으로 봐서는 알기 힘든?) 부분을 느끼게 된답니다.

3. 간접적인 표현을 어려워한다.

직접적으로 감정, 의견 표현을 하는 데 익숙한 터라 간접적인 표현은 이해하기를 어려워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직접적으로 거절하는 대신 간접적으로 표현을 하곤 하죠. 예를 들면

“ㅇㅇ아, 내일 날씨도 좋은데 한강 가서 치맥이라도 할래?”

“아.. 정말 나도 가고 싶은데.. [중간 생략] .. 이래서 어려울 것 같아.”

이런 경우 한국인에게는 확실한 “No”이죠. 왜냐하면 이유야 어쨌든 문맥상 올 수 없다는 건 명확하니까요. 하지만 독일인은 이런 식으로 말할 경우 혼란스러워 합니다. 간접적인 문장에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그래서.. 오고 싶은데 못오니까 시간을 바꾸자는 얘긴가?”

“어렵다는 건 오도록 노력하겠지만 올지 못올지 모른다는 건가?”

그래서 저는 종종 이런 질문을 다시 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온다고 안온다고?”

Yes 아니면 No로 대답해야만 하는 거죠.. 이러한 상황을 여러 번 겪다 보니 이제는 무조건 Yes 아니면 No라고 먼저 말하고 시작합니다. 못 오는 이유를 말해도 yes, no를 말한 이후에 말하면 설명이 되는데 이 순서를 바꿔버리면 의도가 (yes인지 no인지) 명확하지 않게 돼버리거든요. 🙂

이러다보니 아.. 이러한 문화라서 언어가 더 직접적이 되고 언어가 이러다 보니 다시 문화가 직접적으로 표현하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가 처음인지는 모르지만요.

4. 감정적인 문제 / 심리적인 문제는 전문가를 찾아가는 경우가 한국보다 흔하다. 

독일은 확실히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 전문가를 찾는 경우가 한국에 비해 확실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가까운 친구를 제외하고는 이런 전문가를 방문했다던가 어떤 종류의 약물을 먹는다는가 하는 이야기는 거의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문가를 방문하는 비율이 적기도 하겠지만 또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저는 종종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요. 사실 독일인 쪽에서 제게 먼저 “나는 이런 문제가 있어서 심리상담을 하고있다”던가 “우울증 때문에 약을 먹고 있다” 던가 “공황장애 때문에 심리치료를 받고있다”는 말을 한 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에 이 부분이 약간 당황스러웠던 이유는 그러한 사연을 말했던 사람들이 종종 저와 아주 가깝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새 어때?” 하고 학교 식당에서 우연히 질문을 던졌는데 그 쪽에서 대수롭지 않게 이런 이야기를 해온 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하나 하고 생각하는 와중에 아무렇지 않게 이 주제가 지나가더군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게 되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심리 상담 또는 치료를 전문가에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많은 문제들이 본인 스스로 해결하기도 어렵고 주위 사람들이 해결해주기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이런 경우에 전문가를 찾아가는 문턱이 한국보다 조금 더 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배울 만한 점인 것 같습니다.

5. 진지한 감정에 관해서는 진지하게 표현한다. 

평소에는 독일 친구들과 그렇게 감정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지 않지만 가끔 대화가 깊어질 때 진지하게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할 때가 있는데요. 이런 경우 대화가 정말 깊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굉장히 어두울 경우도 있고, 한 가지 어디나 비슷한 건, 어린 시절 또는 가족 관계로 이어지는 대화가 많습니다. 어디나 비슷한 것 같아요.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하나의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고 한다면 “불안”이었던 것 같습니다. 20대라는 나이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불안이란 건, 과거의 나의 롤모델을 상기시키며 나에 대해 갖는 불안이 있고,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음과 동시에 내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있고, 내가 지금 선택한 길이 맞는 길인가 하는 불안도 있지요. 사실 서로 가지고 있는 불안함을 공유하며 약간의 위안을 얻었던 것 같아요.

진지한 감정을 이야기할 때 부정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그것을 이야기하고 부분적이라도 이해를 받는다는 것이 대화하는 것의 의미인 듯 합니다.

이건 사실 독일인에 한정되는 건 아니지만, 독일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어디나 나라에 상관 없이 그 때에 갖는 고민은 비슷하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생각나는 대로 주저리 주저리 써봤는데요. 다음에 생각이 나면 다른 부분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2 comments

  1. 아하.. 데이트 하면서 눈 마주치면 그냥 미소지었는데, 상대방은 약간 의아하게 바라보던 적이 있었던 게 바로 저 이유였던 것 같네요 ㅠㅠ 저도 날 안 좋아하는 건가..? 이 생각했었는데..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미소가 기본값이라 그런가, 무표정인 게 아직도 적응이 잘 안돼요 ㅠㅠ 사람들 착하고 좋은 건 알겠지만..

    1. 네, 저도 비슷한 경험 이후 무표정으로 있게 되는데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조금 익숙해졌네요~ 하지만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감정을 표현하는 포인트를 더 잘 이해하게 되서(예를 들면 감사할 때, 인사할 때 등) 조금 더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 어서 조금 더 편안해지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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