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은 일요일, Speyer에서 긴 산책을 하기로..
최근 한 몇 주간 독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햇살이 쨍쨍한 날씨였는데요. 긴 겨울이 지나고 보여주는 파란 하늘에 마음이 살랑살랑해 지고 있습니다~
하늘이 너무 맑았던 지난 주말, 집에 가만히 있기 싫어서 근교에 있는 Speyer (슈파이어)라는 작은 도시에 다녀왔습니다. Speyer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폭격을 비해서 예전 도시의 모습이 간직돼 있다는 설명을 인터넷에서 간단히 읽고 흥미가 생겼는데요. 마침 작은 도시에서 산책하면서 노닐고 싶은 기분이어서 기차에 올랐습니다.
중앙역에서 시내로-
중앙역에서 내려서 10-15분 정도 시내 방향으로 걷다 보면 이 시계탑을 마주하게 됩니다.
시계탑의 아래 가운데가 통로로 뚫려있고 그 사이로 사람들과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옛날에도 이 밑으로 독일인들의 중세 시대 옷을 입고 사람들이 지나다녔을까 생각하니 문득 신기하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옛날 같으면 한복 입은 사람이 중세 유럽 사람들이 다니는 동네에서 우와.. 하고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요.
그 옆에 있는 건물들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오래된 분위기가 시계탑과 함께 어울려 마을 어귀에서 그 번화함을 알렸을 듯합니다.
시내 풍경
동네 뒷 편에는 독일의 건물 풍경에 익숙해진 외국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굉장히 이국적으로 보이는 교회가 서 있습니다. 스페인에 있는 교회 같아요. 건물 뒤로 보이는 두 개의 높은 탑, 본 건물의 가운데 꼭대기에 설치 돼 있는 망루가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마을의 길에는 돌 블록이 깔려 있는데요. 흔히 독일의 알트슈타트 (Altstadt)라고 불리는 곳은 거의 이런 돌 블록이 깔려있답니다. 알트슈타트는 Alt=old, Stadt=state, 즉 오래된 도라는 뜻인데요. 독일의 큰 도시에는 왠만하면 알트슈타트로 불리는 디스트릭트가 있답니다. 새로 깔린 길은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깔려 있어서, 이런 돌 블록이 깔린 길을 보면 아, 오래된 곳이구나 라는 곳을 알 수 있지요.
이 곳은 마주 보는 길 사이가 좁아서, 시내가 이렇게 좁은 걸 보니 정말 작은 마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다.
길거리에 서 있던 순례자(Pilger (독))의 동상입니다. 예전에 순례자가 지나가던 길이었다고 하네요. 이 작은 도시에 유명하고 오래된 교회가 그 당시에도 큰 교회였던 걸까요?
Bischoefliches Ordinariat Speyer
이 교회는 UNESCO 유산으로 지정된 Bischöfliches Ordinariat Speyer입니다. 크게 보여드릴게요~
아름답다.. 는 말이 나왔는데요.
교회의 모습이 이국적인 만큼, 이 교회가 배경이 되던 도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스토리들을 가지고 살았을까.. 봐왔었던 여러가지 중세 유럽 배경의 드라마들이 떠올려 보게 되었습니다.. 건축양식으로 봤을 때 그렇게 독일에서 흔히 보이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약간 스페인의 영향을 받았나.. (머리 속에 있는 스페인 식 교회에 대한 상상..) 혼자 이래 저래 공상을 하게 되던.
친근한 은행..
Volksbank란 명칭이 보이시나요? 독일의 은행 중 하나인데요. 건물이 이런 건물에 있네요.. 은행이 왠지 친근해지고 직원들이 동네 사람들과 잘 알고 어이 미스터 뮐러.. 할 것 같은 느낌이..
Prot. Dreifaltigkeitskirche
걷다 보니 새로운 교회가 등장했습니다. 이 곳은 Prot. Dreifaltigkeitskirche라는 교회입니다. 왠지 정면의 단면이 제일 넓을 것 같고 뒷 부분은 작아질 것 같이 보이지 않나요? 세번으로 접힌 교회라는 이름이 딱 들어맞는 디자인이군요. 전에 봤던 교회와는 또 전혀 다른 모습.. 조금 더 소박한 느낌이네요. 약간 이 모양 닮은 과자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Der Frankisch-Salischen Kaiser
이 교회 바로 뒤에 공원이 있어서 산책을 좀 했는데요.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친구들과 함께 나온 청소년들, 연인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쏟아지는 햇살을 즐기면서 걷고 있는데 한 편에 동상을 발견!
동상을 보니 황제의 동상이군요. (Kaiser: 황제) Konrad 2세, Heinrich 3세, 4세, 5세, 네 명의 황제의 기록입니다. 첫번 째 황제가 1024년터 1039년 재위를 했으니.. 거의 천 년 전 왕국의 황제입니다.
천 년 전이라.. 이전의 교회들이 낯설어 보였던 것도 그렇게 오래된 건물이기 때문이었을까요?
천 년 전에 그러한 영광을 누렸던 황제들이 지금은 일반 시민들이 일상을 즐기는 공원의 한 편에서 아스라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가고, 그렇게 옛날에 존재했던 사람의 존재를 지금 같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감상을 가져다 줍니다. 마치 반지의 제왕이 생각나네요.
햇살을 받으며 안식을 취하고 있는 황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햇살을 받으며 오래된 기억이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아웃트로..
작고 오래된 도시 Speyer, 근처 사시면 한 번 둘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래 된 도시의 감성을 듬뿍 가져다 주는 도시였습니다.